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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co의 보물창고/밑줄긋기

열애, 충분한 그 두 글자






열애.
이 두 글자 외에 어떤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이 둘의 서로에 대한 사랑을,
서로의 가치관에 대한 신념을.

애국지사 박열과 일본인 후미코의 사랑 이야기.
뻔한 이야기가 아름답고 재미있는 소설로 태어났다.


P.30.
적어도 그의 앞에서만은 허점을 보이지 않으려 입을 꼭 다물고 긴장 속에 꾸며낸 미소를 지을 필요가 없었다.
남자의 '지혜로운 보석 같은 말'에 공감을 표시할 때만 입을 열고, 무슨 일이든 여자답게 웃으며 얼버무릴 필요도 없었다.
박열 역시 새소리 같은 억양에 말을 재확인하느라 짧은 탄사를 "애! 애!" 연발하는
전형적인 일본여인과는 사뭇 다른 후미코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다를 수 있고, 달라지려 한다는 것은 젊음의 특권이자 매혹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날의 서투른 고백이 그들의 운명을 얼마나, 어떻게 바꾸어놓을지.
그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봄밤을 향해 말없이 걸어 나왔다.


P.65
그도 역시 조선인이었다......
박열은 가슴속에서 북받치는 감정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다 같이 슬프고 초라한 노예였다.
식민지에는 예외란 없었다.


P.68
후미코는 쓰러진 채 울었다.
차갑게 얼어붙은 흙을 손톱으로 긁죽이며 몸부림쳤다.
어린아이라고 굴욕감과 비참함을 덜 느끼는 건 아니었다.
어른들이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그들의 무심함과 나태함으로 인하여 더욱, 아이들은 고통스럽기 마련이었다.
......
후미코는 비참함을 잊어보려고 행복한 삶에 대해 상상해 보았다.
그러나 상상조차도 쉽지 않았다.
불행한 일을 겪으며 고생하던 주인공이 마침내 행복을 되찾는 이야기는 동화책 속에나 있었다.
불행의 산을 하나 넘으면 그보다 더 높고 험한 불행의 산이 버티고 있었다.
행복의 너른 들판 따위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P.172
사랑은 사람을 아주 사소한 일에도 감동해 쩔쩔매는 바보로 만든다.
시간을 알려주기 위해 길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그의 그의 뒷모습이 속절없는 눈물 속에 어룽거렸다.
그들은 시계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사거리의 경찰초소 앞에도, 역 광장에도 시계는 있었다.
시계는 누구의 소유건 간에 시간은 모두의 공유물이었다.


P.178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타인을 사랑하지 않아. 그 이상을 사랑하지.
그리고 사랑받고 있는 것은 타인이 아니야. 바로 자기 자신이지.
그래! 타인 속에서 바견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야. 그것이야말로 자아의 확대라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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