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hoco의 보물창고/밑줄긋기

한번은, - 빔 벤더스 -

 

 

 

진짜 감각적인 책.

이런 감각적인 책은 언제나 날 자극한다.

사진을 찍는다면, 글을 쓴다면 진짜 이렇게 써야 하는 듯.

추천의 글처럼. 누구나 이런 스타일 책을 쓰고 싶게 만드는 책.

잊혀질만한 일들, 참 중요하고 소소한 일들을, 참 담담하고 시크하게 쓴다.

 

 

 

 

 

 

인생에서,

우리는 '한번은' 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진짜 단 한번뿐인 순간이다.

 

 

 

 

 

 

 

한번은

유럽 대륙의 서쪽 끝,

지도상으로 보면 포르투갈이 코를 뾰족하게

내밀고 있는 그곳에서

아주 황량한 호텔과 마주한 적이 있다.

대서양의 거친 파도가 이 땅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었다.

그곳은 기필코 한 편의 영화가 되려 했고,

난 첫눈에 이야기가 이미 내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이야기는 오직 이곳에서만 영혼에 대해,

내게 들려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메리카 대륙은 '저편'에, 바다 반대편에 있었다.

 

 

 

 

 

한번은

뉴욕에 사는 친구 페터 한트케를 방문한 적이 있다.

...

그리고 헤어지면서 저만치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한 장 찍었다.

나중에 그의 소설 '느린 귀향'을 읽고 난 후에야

비로소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내가 느꼈던

그를 짓누르던 부담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번은

알제리를 여행한 적이 있다.

내가 지금 기억하는 것이라곤

그곳에 없었던 것뿐이다.

여자들.

저녁 무렵의 카페, 레스토랑, 거리의 삶 속에도,

여자들은 없었다.

 

 

 

 

 

 

한번은

휴스턴에 잠시 머문 적이 있었다.

도시를 배회하다

우연히 한 사진가를 만났다.

난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그가 몹시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사진에 담고 있는

대상들도 찍어보았다.

 

 

 

 

 

 

한번은

몇 주동안 텍사스를 이리저리 돌아다닌 적이 있다.

만약 텍사스를 한 장의 그림으로 정의해야 한다면

난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노인'이라고.

늙은 카우보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참으로 감동적인 형상을 하고 있다.

 

 

 

 

 

한번은

할리우드의 번화가에서 타이론 파워의 핸드 프린팅을

열심히 닦고 있는 여인을 만났다.

난 그녀에게 다른 스타들의 핸드 프린팅도 이렇게 깨끗이 닦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타이론 파워의 것만 닦는다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는 파워를 가지고 있거든요!"

 

 

 

 

 

 

 

 

 

 

생각에 빠지게 하는 사진들만으로도 충분하나, 글이 사진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평점 9점) 


한번은,

저자
빔 벤더스 지음
출판사
이봄 | 2011-07-20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사진에 있어서 ‘한 번’이란, 정말로 오직 ‘단 한 번’의 순간...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