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이렇게 글을 참 간결하고 명쾌하게 쓰는 걸까.
어쩌다 보니 소설가가 되어 있었다는 그의 말을 믿기 힘들 정도로,
아주아주 훌륭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쓴 글이건, 매력적이다.
학교를 졸업한 후로는 거의 펜을 잡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 글을 쓸 때는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많이 들었다.
“남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남과는 다른 말로 이야기하라”라는
피츠제럴드의 문구만이 나의 유일한 버팀목이었지만, 그것이 그리 간단히 될 리는 없었다.
마흔 살이 되면 조금은 나은 글을 쓸 수 있겠지, 라며 계속해서 썼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혹시 여기에 높고 단단한 벽이 있고,
거기에 부딪혀서 깨지는 알이 있다면, 나는 늘 그 알의 편에 서겠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벽이 옳고 알이 그르더라도, 그래도 나는 알 편에 설 것입니다.
옳고 그름은 다른 누군가가 결정할 일입니다.
혹은 시간이나 역사가 결정할 일입니다.
혹시라도 소설가가 어떤 이유에서든 벽 쪽에 서서 작품을 썼다면,
과연 그 작가에게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을까요?
나이를 먹어서 좋을 일은 별로 없다고 생각하지만,
젊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인다거나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건 기쁜 일입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전보다 전체상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혹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디면서 지금까지 알아채지 못했던 디테일에 불현듯 눈뜨게 됩니다. 그게 나이를 먹어가는 기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경험은 인생에서 하나를 얻은 것 같은 흐뭇함에 젖어 들게 합니다.
물론 반대로 젊을 때만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이나 문학도 있지만요.
물론 훌륭한 글들이 모여 있지만, 단편집이다 보니 Storytelling은 약할 수 밖에 (평점 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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