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co의 하루/일상

여행에서 겪을 수 있는 일

darkchoco 2012. 2. 4. 10:56






여행을 하다보면 진짜 생각지도 못한 일이 많이 생긴다.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지만, 또 한다고 하지만.
모든 일에 대한 준비를 한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출장은 어떻게 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쉬지 않고 생겨났다.



출발하는 날 발견한 찢어진 장갑.
비행기 오르고서야 챙겨놓은 목도리들을 모두 두고온 걸 발견.
  - 면세점에서 살 수도 없었던데다, 주중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출장 일정이 꽉꽉.
    이번 주 유럽의 모든 나라들은 영하 10도 이하를 헤매고 있다.
    더욱이, 드물다던 눈까지 내린다.


그리고 샤를 드골 공항에서 나오는 내 트렁크의 고장난 지퍼.
살짝 벌어진 틈을.. 어찌어찌 달래가며 이 지퍼를 열고 닫을 때마다 심장이 콩알 반쪽만해지고 있다.
  - 유럽 도착 5일째 밤이고, 여태까지 매일 밤 투숙, 매일 아침 이동...  


나.. 이번이 50번쯤 다닌 출장이려나?
그런데 처음으로 체크 아웃 후 신용카드를 호텔에 두고 왔다.
덕분에 하루에 200~300km 씩 돌아다니는 일정에 100km 를 추가로 우회해야 했다.


그리고 나의 끊어진 코트끈.
바늘질을 해 보려고 했으나 행여 코트에 구멍나면 어떻게 해.
보기에도 뭐하고, 끊어져 있는 것도 보기 싫지만. 그냥 입고 다니고 있다. 추우니까.


공항에서 트렁크를 끌다가 부러져버린 두 번째 손톱. 그리고 살짝 난 상처.
피가 나는 둥 마는 둥 거슬리는 이 상처는.
아마 여행 끝날 때까지 따끔따끔. 아물지 않겠지.




이런 출장이 또 있었을까 생각해보니,
시카고 경유해서 몬트리올 가던 기억이 난다.
3일을 같은 옷을 입고 보내다 캐나다를 떠나기 전날 밤에야. 호텔에서 내 가방을 만났다.

하핫. 그 때 쓴 일기다.


빨간 이 있는 예쁜 국기, 잘생긴 훈남과 날씬한 훈녀.
웬지 '좋은 나라'일 것만 같은 Canada.
그렇기에, 한국에서부터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공항에도 일찍 도착하고, 영국으로 출국하는 박지성도 볼까말까...

 그런데 이제와서 돌아 보니, Chicago에서 환승하면서부터 무언가 조짐이 있었다.
노트북과 무거운 책만 가득 들어 있던 나의 가방을, 온갖 물질(?)을 묻혀가며 말 그대로 수색에 또 수색에... 완전!
그렇게 힘들게 탄 비행기도 완전 콩알만해 주시고. 옆에는 흑인 아저씨. 목소리 크고, 말도 많은 아저씨 -_-

그러다가 Custom에서부터 제대로 짜증나기 시작했다.
전시회 이름도, 호텔 이름도 모를 수도 있지.......넌 집도 없냐 소리까지 들으면서 끝까지 싸웠다.
그렇게 한 20~30분 실갱이하고 나왔는데,  Belt에 내 짐이 없다....
아. 분명히 Chicago에서 drop 했는데 말이지.
이씨. 이게 다 새거라고 안 들고 다니던 가방 들고 나와서 이런거야.
안 하던 거 하면 사람들 뭐 어떻게 된다더니...Air Canada 부스에서도 한참을 얘기했다.
세상에, 내 짐이 어딨는지 system에서 조회도 안된다니...
한국에서 왔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있는데 뭐...
짐이 비행기에 실렸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그저 기다리라고만-
Air Canada 뭔 일을 이따위로 하는거야...
그럴거면 세상에 수하물마다 바코드는 왜 붙이는 거고, 수하물 번호는 왜 만들어......


대한항공 콜센터에 전화했더니
"수하물 Receipt 절대 잃어버리지 마시고,
가방 안에 있던 물건들 생각나는 대로 리스트를 만들어 두세요"
이런 얘기 들으니 갑자기 슬퍼졌다.
처음에는 앞으로 일주일을 어떻게 버틸까가 문제였지만, 나중에는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요 며칠이야 버틴다고 친다손. 어디에서 헤매고 있을 내 물건들이 떠올라, 막막해졌다.
가방에서부터 옷들, 시계에 귀걸이들에, 스카프들에, 새 신발까지..
18시간 째 찾지 못했다고 사과만 하더니. 20시간 째에 Chicago에서 출발했고...
헤어진 지 3일 만에 
드디어 내게 돌아왔다.



참 여러 물건 다 아끼지만,
샘소나이트 트렁크도 참 아끼는데.
나의 출장의 기억이 담긴 트렁크.. 그 녀석의 지퍼가 이제 고장이 나려고 한다...


휴-
가방도 그렇고 이래저래-
남은 기간 동안은 아무 일 없겠지.
건강히 별 탈 없이 돌아갈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