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co의 보물창고/밑줄긋기

심윤경 '사랑이 달리다'

darkchoco 2013. 10. 17. 08:02




이런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일본작가 에쿠니 가오리 작품에 가까운 느낌을 지닌 소설.

그의 전작은 사실 나의 아름다운 정원밖에 안 읽었다.

그 책은 어찌보면 슬프기도 하고 짠하기도 한 성장소설.

탄탄한 한국의 가족관계를 기반으로 한 

깨달음과 성장을 안겨 주지만 그에 부합하는 상처를 던져주는 성장소설이었다.

이번 작품 역시도 '가족'이 기저를 형성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번 작품은 '사랑'이 주제여서 좋다.

그것도 현실의 끈을 놓지 않고 감정에 충실한 사랑 이야기.




참 복잡하고 '낙'이 없을 것만 같은 삶.

헤어지신 부모님과 데면데면하는 큰오빠네 가족과 금전적 사고만 치는 작은오빠.

그리고 동갑내기 친구같은 남편과 함께 사는 주부인 주인공.

......

딱히 행복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풍파도 없는 삶.

그런 주인공 혜나에게 '사랑'이 '가속도'와 함께 찾아 온다.







+

사람의 몸은 속도를 인식하지 못한다.

오로지 시각의 도움으로 짐작할 뿐이다. 

눈을 감아버리면 시속 오십 킬로미터로 달리건 오백킬로미터로 달리건 아무런 차이도 없다.

사람의 몸이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것은 가속도다.

번지점프나 바이킹 같은 것들이 아찔한 흥분과 스릴을 안겨주는 것은

이 오락행위에 끊임없는 속도 변화가 동반되어 몸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창밖의 가지에도 애벌레 같은 잎눈이 다다다닥 돋아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애벌레가 다시 태어난다는 것에 나는 새삼 놀랐다.

정욱연의 신생아실에도, 작은 올케의 바구니에도, 창밖의 나뭇가지에도 

무수히 많은 애벌레들이 새로 태어나고 있었다.

저마다의 한살이를 힘차게 시작해보려는 그들의 투지에 나는 콧등이 시렸다.

어쩌니, 너희들.

나는 창밖의 잎눈들과 내 품 안의 작은 애벌레에게 말을 건넸다.

아직 추운데.

우리 피부에는 초록색 엽록체를 심지 못했는데,

우리는 부끄럽게도 너희에게 엽록체보다 더 시퍼런 욕망을 심어줄 텐데.

그래서 너희 살기 몹시 피곤할텐데.

어쩌니 너희들. 이렇게 예쁜 애벌레로 이 세상에 태어나서 어쩌니.





"나는 아빠 때문에 내가 불행해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빠를 미워했어요.

그런데 내가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아빠가 떠나서 불행한 게 아니라 내가 무능해서 불행했다는 걸,

나는 보육실에서 일하면서 깨달았어요.

모두 당신 덕분이었어요.

당신이 아니었으면, 난 또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을 거에요."







올해 새로 출간된 '사랑이 채우다'가 더욱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 (평점 8점)



사랑이 달리다

저자
심윤경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7-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인생을 걸고 몸을 내던져 사랑을 향해 달리다!『사랑이 달리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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