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시리즈
'하루키 라디오'의 총 3권 중 세 번째 권,
어찌 1권, 2권을 보지 못하고, 3권부터 보게 되었다.
2013년 6월 출간된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글쎄, 사상이나 문체는 참 맘에 들지만,
소설에서의 그 긴장감과 흡입력이 없어 아쉽다.
아주 쉽게, 쉽게 읽히는 책.
+
... 그래도 나 나름대로 뻔뻔하게
전반적인 여성에 대해 오랜 세월 품어온 설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여성은 화내고 싶은 건이 있어서 화내는 게 아니라,
화내고 싶을 때가 있어서 화낸다'라는 것이다.
옛날에 볼보가 미국 시장에서 팔리지 않아 그 원인을 철저히 조사했더니
'컵홀더가 달려 있지 않아서'라는 이유뿐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작은 편리가 의외로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이겠죠.
나이 먹는 것을 여러 가지를 잃어가는 과정으로 보는가,
혹은 여러 가지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보는가에 따라
인생의 퀄리티는 한참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뭔가 좀 건방진 소리 같지만.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마라. 그저 바람을 생각하라.'
트루먼 카포티의 단편소설 '마지막 문을 닫아라'의 마지막 한 줄,
옛말부터 왠지 이 문장에 몹시 끌렸다.
Think of nothing things, think of wind,
내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도 이 문장을 염두에 두고 붙인 제목이었다.
nothing things라는 어감이 정말 좋다.
나이를 먹어서 젊을 때보다 편해졌구나 하는 일이 찾아보면 의외로 많다.
예를 들어 '상처를 잘 입지 않게 된 것'도 그중 하나다.
누군가에게 뭔가 심한 말을 듣거나 뭔가 심한 일을 당해도,
젋을 때처럼 그게 가슴에 콕 박혀 밤잠을 설치는 일은 적어졌다.
'뭐, 할 수 없지'라고 체념하고는 낮부터 쿨쿨 자버린다.
...
그런 게 가능해지면 물론 마음은 편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건 곧 우리의 감각이 둔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상처입지 않도록 두꺼운 갑옷을 입거나 피부를 탄탄하게 하면 통증은 줄지만,
그만큼 감수성은 날카로움을 잃어 젊을 때와 같은
싱싱하고 신선한 눈으로 세계를 볼 수 없게 된다.
요컨대 우리는 그런 손실과 맞바꾸어 현실적 편의를 취하는 것이다.
뭐,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이긴 하지만.
간결하고 날카로운 문체, 다만 하루키의 작품이라 아쉬움이 남는 책 (평점 6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