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모든 것. - 정이현 -
정이현의 신작.
발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신간을,
이렇게 쉽게 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 있다니!
회사 안에 도서관이 있다는 게 참 좋구나.
이 책은 인기가 그리 많지 않았던 관계로
첫 번째로 빌리게 된 책.
안녕, 내 모든 것.
이런 걸 성장소설이라고 보아야 하나
아니면 청춘 소설이라고 보아야 하나.
연애를 주로 한 소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청소년기의 방황을 주로 한 소설도 아니다.
무언가 그 둘 사이의 경계를 계속 넘나드는 듯한 느낌.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참 아쉽다.
그 양쪽 어느 쪽도 아니게 되어 버린 듯해서.
개인적으로는 달콤한 나의 도시 때의 정이현이 그립다.
확실한 연애소설이었던데다가,
참 현실적이고 솔직한 듯 해서 마음에 들었는데...
앞으로는 연애 소설을 안 쓸 예정이라는 인터뷰를 어디서 본 듯 한데,
그렇다면 나로서는 더욱 아쉬울 뿐이다.
+
눈치는 학습되는 것이다.
수영이나 자전거 타기의 원리와 같다.
한번 몸에 각인되고 나면 아무도 시키는 이 없어도 저절로 작동되는 시스템이다.
나는 복도 끝에 선 채, 거실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
+
"고모."
나는 문득 그녀를 불렀다.
"응?"
"나 어렸을 때 제일 많이 들었던 말 1위가 뭐였게?"
"너 지금도 어리면서, 뭘."
"아니, 더 어릴 때. 아기였을 때."
아기이던 나.
"유치원 다닐 때, 초등학생일 때, 그때 말이야."
유치원생이던 나, 초등학생이던 나,
그 시절의 젊은 엄마와 아빠가 기억의 회전문을 밀고 나오려 했다.
이젠 그 정도에는 코가 맹맹해지지도 않는다.
"1위는 '금방 올게', 2위는 '지금은 안돼', 되게 이상했어.
금방이란 언젠가 오기는 오는 시간이란 건 알겠는데,
지금은 안된다는 말은 도무지 모르겠더라고.
지금이 아닌 때가 언제인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으니까."
고모가 내 말을 이해했을까. 묵묵부답이었다.
살짝 헤매이는 청춘처럼 살짝 장르 잃은 책 한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