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다 떠나고 싶다....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1) - 박민우 -
하얗고 도톰한 책.
첫 장을 넘기면, 네 사람의 그림자 사진과 함께 글이 나타난다.
"배부른 소리하네. 먹고 살기 바쁜데 여행 타령이나 하고...."
"가려면 결혼하고 가. 어미 속 새까맣게 탄다."
"사는 거 다 똑같다. 다를 것 같아도 다를 거 없어."
결국 질러버렸다.
통장 잔고 259만원....
와, 이렇게 와 닿는 말이 또 있을까?
분명히 나도 알고 있다.
지금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고민이 얼마나 배부른 고민이고,
아직 정해지지 않은 많은 것들이 현실에서 얼마나 나를 잡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떠날 수 밖에 없는 그 마음, ... 아, 나는 다 알 것 같다.
총 3권으로 이루어진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1권에서, 작가는 그의 불안과 여행에 대한 당위성을 찾으려고 한다.
그처럼 불안한 다른 나라의 영혼들을 곳곳에서 만나고 교류하고,
때로는 기본적인 욕구와 싸워 가며, 갖은 위험에 바들바들 떨곤 하지만,
일찍 세상을 떠난 영혼을 떠올리며, 현재에 살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있어야만 한다... 는 노력.
달콤한 희망이 부서지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재빨리 현실로 돌아와 온전히 두 발로 세상을 느끼는 것,
다소 잔인하지만 의미 있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도 떠나야 함을 나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좋고 좋아도 떠남의 설렘만 못한 것,
확보된 행복보다 불안정한 미래가 더 짜릿한 것,
나그네의 유전자를 가진 이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미 마음은 세상 어딘가를 향해 떠나 버린 나라서,
1권의 책에 펼쳐진 모든 이야기에 공감 또 공감했다.
그의 상황이라면 나는 어떠했을까? 나는 이렇게 고생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생각도 해 가면서...
남은 2권, 3권에서는 어떤 내용이 펼쳐질까, 더더욱 궁금해졌다.
이 책의 감성에 더욱 깊이 빠져 들게 하는 요즘 내 삶.
인생에 대한 '정신적 방황'이랄까, 전환점에 대한 갈망도 그렇고,
미래와 이상에 대한 확신에 대한 불안감도 그렇고..
그리고, 또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친구가 있다.
매일 보는 얼굴과 매 순간을 공유하던 마음은 아니어도, 그 친구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턱턱 막히는 듯 했다.
갓 서른을 넘긴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 삶이 너무 안타까워서,...
......
'내일 당장 죽는다면?'
그 후로 이런 질문이 끝없이 나에게 쏟아졌다. 그리고 나는 그 해답으로 지금 이 곳에 와 있다.
죽음이 오기 전에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것은 '떠남'이었다.
마지막을 맞이하는 순간을 눈에 밟히는 멋진 기억들로 장식하기 위해 나는 지금
거대한 산맥과 마주하고 아주 잠깐 울고 있엇다.
Epilogue
......
"우린 갈 수 밖에 없어. 길 위에 있잖아. 가거나 돌아가거나 선택할 뿐이지. 움직일 수밖에 없는 거야."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선택해야 하는 거잖아."
"이미 선택했잖아. 우리 같은 사람은 절대 돌아가지 않아."
"우리?"
"그래 우리! 떠도는 집시 같은 사람."
"나는 너와는 달라!"
"다르지 않아. 우리는 비슷한 눈빛을 가졌어. 불안을 즐기는 눈동자를 가졌다고."
......
"....갈까?"
왜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들을 막연히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왜 지금은 하지 않는 것일까?
그 바보 같은 사람의 마음.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무언가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여행'에 대한 한 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