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림 - 이병률 -
한참을 소설만 읽던 시절이 있었다.
다른 책은 한 두 장 넘기기도 어려웠었는데, 그 때 '산문집'의 매력에 빠졌었다.
김난희의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라는 책이었다.
여튼, 그 책을 시작으로 소소한 수필 및 산문집에 빠졌는데, 왜 이책을 나는 이제야 만난 것일까?
느낌 있는 사진과 끄덕이게 되는 글귀들이 가득한 책.
좋았던 여행과 사랑과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책.
당신은 모든 것에 있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아침 침대에 일어나 욕실로 향하는 시간,
약속 장소에 나가는 시간,
비디오로 본 영화가 끝나고 엔드 크레디트가 다 올라가고 나서도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당신은 스톱 버튼을 누르며,
심지어 전화 받을 때도 벨이 다섯 번 이상 울린 후에야
겨우 받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그러니 당신에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어쩌면 사랑하는 일에도 당신은 똑같은 속도를 고집할지도 모른다.
당신은, 당신이 사는 집의 크기를 100이라고 친다면
나는 얼마쯤이었을까.
당신은, 당신이 알고 있는 가장 많은 숫자가 1000이라고 한다면
나는 그 가운데 얼마였을까.
당신은... 당신의 만 개쯤이나 되는 생각 속에
내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얼마쯤이었을까.
청춘을 가만 두라. 흘러가는 대로, 혹은 그냥 닥치는 그대로.
청춘에 있어서만큼 사용법이란 없다. 파도처럼 닥치면 온 몸으로 받을 것이며 비갠 뒤의 푸른 하늘처럼 눈이 시리면 그냥 거기다 온 몸을 푹 담그면 그만이다 ...
하지만 청춘은 방해받는 것 투성이다. '하지 말라는 말들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야 함으로 느낄 수도, 만날 수도, 가질 수도 없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느껴야 하는 것, 만나야 하는 것, 사력을 다해 가져야 하는 것, 그래서 반드시 행복해야 하는 것, 그것이 청춘이다.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생각하지 않기 위한 방법은,
완전히 이해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됐다면 아무리 늦었다 해도,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그건 분명 사랑인 거다.
처음엔 시시하지 않을 것 같아 시작했는데 시작하고 보면 시시해요, 사랑은.
너무 많은 불안을 주고 받았고, 너무 많이 충분하려 했고 너무 많은 보상을 요구했고, 그래서 하중을 견디지 못해요.
그래서 시시해요, 사랑은.
그러니 어쩌죠? ...
시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확신한 그 지점, 그 처음으로 달려가세요.
그리고 당분간도, 영원히도 사랑은 사랑이기 때문에 별거 아닌 채로 계속
자나 깨나 시시할 거라고, 또박또박 말한 다음, 처음부터 다시.
여행은, 120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곳'을 찾아내는 일이며,
언젠가 그곳을 꼭 한번만이라도 다시 밟을 수 있으리란 기대를 키우는 일이며
만에 하나, 그렇게 되지 못한다 해도 그때 그 기억만으로도 눈이 매워지는 일이다.
거기, 길이 있었다.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고, 운수 좋은 일이 닥칠 것 같은 길이었다. 애초부터 그 길을 가려고 한 건 아니었다. 다른 길로 가려 했지만 뭔가 자꾸 잡아당는 기분이 들었던 길. 그래도 그 길에 들어서지는 않았다. 다른 길로 가다 보니 어느새 길은, 이쪽 길로 이어져 있었다. 다른 길로 가도 한 길이 되는 길의 운명. 길의 자유. 그 길 위에 나는 서 있었다. 그 길에 서 있음으로써 나는 살 것 같았다.
너는 나와 다른 지점에서 웃는다.
나는 너와 다른 지점에서 반응한다.
너는 나와 다른 입맛을 가졌다.
나는 너와 다른 취향을 가졌다.
너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을 가진 것이고,
나는 네가 필요로 하지 않은 부분을 가진 것뿐.
우리가 소년이고 소녀였을 때 그 때가 지금보다 더 행복했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떄가 지금보다 더 간절했다고 말할 수 있다.
갔던 길을 다시 가고 싶을 떄가 있어.
그 길은 누가 봐도 영 아닌 길인데 다시 가보고 싶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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