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김종선의 '어바웃'
방송작가 특유의, 특정한 심리를 파고드는 멘트.
특히 공감가는 멘트에서는 책장을 멈추게 만드는 책...
여름 날 오후, 한가롭게 읽기에 딱 좋은 책.
그렇지만 후반부... 소설은 좀... 좀.. 아쉬운 부분이 많네요^^
프롤로그
사람들은 점점 쿨해진다.
딱 그 정도까지만 말하고,
딱 그 정도 선에서 돌아선다.
나도 그렇게 산다.
때로는 더 붙잡고 늘어지면서 물어보고 싶을 때도 있고,
이 얘기 저 얘기 더 끌어내서 풀어놓고 싶을 때도 있지만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겠거니 생각하며,
전해지지 않는다면 그것도 할 수 없는 일이려니 생각하며,
쿨하게 그렇게 산다.
'환절기 감기몸살'에 대하여.
아파서 외로워진 건 줄 알았는데, 외로워서 아파진 거였나 보다.
집에 돌아와 목에 좋은 차 한 잔 마시고, 전복죽도 한 사발 다 비운 다음, 감기몸살 약도 목구멍 깊숙이 털어 넣는다.
내게 필요한 건 이런 것들이 아니라는 걸 이제 알아버렸지만, 이거라도 해야지 별 수 없지 않은가.
조용히 옆에서 이마를 짚어주며 내 코맹맹이 소리를 귀엽다고 들어주는 사람을 어서 구해야 되겠지만,
그게 24시간 마트 가서 골라 집어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뻔했다.
'첫사랑에 성공한 커플'에 대하여
정작 당사자들은 툴툴거리며 말한다.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은데, 또 여자도 얼마나 많은데,
달랑 한 사람밖에 못 만나보고 좋은 시절 다 보냈다며 억울해 죽겠다고 한숨을 푹푹 쉰다.
그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만나보는게 꼭 큰 깨달음을 남기진 않는다.
사랑이라는 건, 하면 할수록 열정은 빛이 바래지고 순수는 한발씩 퇴색되며,
오히려 점점 처음만 못한 길을 밟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이가 좀 든 다음에도 좋은 조건과 성품을 갖춘 사람을 만날 수는 있겠지만,
그 사람은 절대 열일곱 소녀시절의 내 미소가 얼마나 에뻤는지는 알지 못한다.
나도 잊고 지냈던 오래전의 어떤 시절을 아름답게 가슴에 품고 살아준 단 한 명의 사람, 그게 첫사랑이다.
이것저것 좋은 음식 다 먹어보는 것도 좋겠지만,
생선 한 마리라도 뼈까지 발라먹어 봐야 진짜 '맛'을 느낄 수 있는 거겠지.
이 책 저 책 두루두루 읽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이라도 책장이 뚫어질 때까지 읽는 편이
진짜 내공을 쌓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많이 사랑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한 사람이라도 수없이 이해하고 수없이 져주면서 포기하지 않고 사랑해봐야,
진짜 사랑을 해봤다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