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돌아보지 않는 문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작가.
피곤한 일요일 밤 월요일 밤, 새벽까지 손에서 놓지 못한 책. 7년의 밤.
총 500페이지를 망라하는 분량이나, 이틀 밤 3~4시간 정도씩을 들여서 다 읽어 버렸다.
뭔가 정이현의 '너는 모른다'와 비슷한 분위기이나 더욱 스릴 넘친다.
즐겨 보는 월화 드라마 '상어'를 보고 난 후에 바로 읽어서,
더더욱 소름 끼치게 빠져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이 영화화 된다고, 체구는 작지만 웬지 정재영이 주연하면 딱 좋겠다.
아역 배우는 누가해야 하나. 박지빈?
어서, 그녀의 신작 28을 읽고 싶어졌다.
7년의 밤보다는 긴장도가 절반 수준이라던데, 그래도 궁금.
+
그녀가 생각하기에, 스트레스는 겁쟁이의 변명이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압박의 운명을 짊어진 존재였다.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피 터지게 싸워 거꾸러뜨려야 마당했다.
하다못해 침이라도 뱉어줘야 했다.
그것이 그녀가 '사는 법'이었다.
"한 집안의 희망이 된다는 것,
가족의 희생을 담보로 대학에 다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아세요?"
알지. 알다마다, 현수는 승환이 내민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갑옷을 입고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거나 같아요.
숨이 턱턱 막혔죠.
제 레인에서 벗어나고 싶었고요.
제대하고 어찌어찌 철도청에 입사했는데 2년도 못 채우고 도망쳐버렸어요.
출근하고, 퇴근하고, 우러급 받고, 승진에 매달리고,
한 집안의 가장 노릇하는 미래가 제 앞에 있었어요.
그것이 삶이긴 하겠지만 과연 나 자신일까, 싶었던 거죠.
나와 내 인생은 일치해야 하는 거라고 믿었거든요."
현수는 자신의 손끝에서 깜박거리는 담뱃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인생과 그 자신이 일치하는 자가 얼마나 될까.
삶 따로, 사람 따로, 운명 따로.
대부분은 그렇게 산다.
"이전 게임을 복기해서 패인을 찾아내는 사람,
게임의 판을 읽고 흐름을 조율하는 사람,
타석에 들어선 타자를 분석하고, 행동을 예측하고, 승부할 시기와 수를 판단하는 사람,
온몸으로 홈 플레이트를 사수하는 사람, 그게 포수지.
그리고 난 열두 살 때부터 포수로 길러진 사람이고.
야구를 그만두면서 그 본능을 잊고 살았네.
내 인생에서 승부를 걸 일은 더 이상 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다 세령호사건이 터진 거고.
여자 아이를 죽인 순간부터 수문을 열어버리던 순간까지,
난 단 한순간도 제정신이었던 적이 없어.
무엇이 내게 오는지,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몰랐지.
마지막 순간까지 오로지 공만 봤어.
내가 지켜야 할 공.
절대로 내줘서는 안 되는 공.... "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면, 이 작품은 성공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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